본문 바로가기
생각의 생각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되기 까지

by 졔베 2021. 10. 26.

처음 채식에 대해 알게되었던 건 대학생 시절이었다. 교양 수업의 과제를 하던 중에 다양한 채식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채식이 단순히 육류를 지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구의 환경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되었던 나의 첫번째 채식 시도는 일주일도 채 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 입장에서 나만의 채식식단을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채식에 대한 의식도 강하지 않았으니 오래 유지하지 못했던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두번째 채식은 교환학생시절 베지테리언이던 룸메들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때도 한국 친구들과 밥을 해먹을 때면 고기를 종종 먹었기 때문에 플렉시테리언에 가까웠다. 그렇게 플렉시테리언을 일년정도 유지했으나 한국으로 들어오며 다시 동물성 제품을 먹게 되었다. 두번의 채식에 대한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던 무렵 "What The Health"라는 다큐를 추천받아서 보게 되었다. 이 다큐의 영상은 정말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는 그날로 냉장고에 있던 모든 육류, 해산물, 달걀, 유제품을 룸메에게 기부하고 한동안 비건을 유지했다. 이때는 동물성 제품을 먹는게 거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채식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고, 다시 부모님 댁에서 생활하게 된 이상 엄마가 해주시는대로 먹어야 했기에 나의 세번째 채식 시도도 끝나 버렸다.

 

세번의 시도 끝에 현재의 나는 플렉시테리언의 삶을 살고 있다. 플렉시테리언은 영어의 flex + vegetarian의 합성어로 채식을 주로 하면서 가끔 육류도 소비하는 조금은 융통성 있는 채식식단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1년 전 쯤, 독립을 하게 되면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가 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집에서는 채식식단으로 먹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장을 볼때도 거의 항상 두부나 버섯, 애호박, 가지, 양파 등의 식재료만 구입한다. 점심 도시락도 현미잡곡밥과 야채볶음, 두부부침 정도로 만들어 가고,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약속이 있는 경우에만 채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먹는다.(채식을 이해해주는 친구들과는 채식식당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예전에는 채식을 하지 못할때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죄책감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자주 채식을 하므로써 지구 환경과 동물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국에서 채식을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집에서 먹는 식단에서 만이라도 동물성 제품을 빼고 먹는 사람들이 한명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분명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 한끼 정도는 채식을 실천해 보는건 어떨까?

'생각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20대에 깨달은 5가지  (0) 2021.11.16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0) 2021.11.14
마음이 현재에 있는 순간  (0) 2021.10.31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0) 2021.10.20
나만의 답을 찾기위하여  (0) 2021.10.18

댓글